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배경과 원인

지난 3/10일 서부 스타트업들의 돈줄 역할을 해오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예금 인출 사태와 주가 폭락으로 파산을 선고받았다. SVB(Silicon Valley Bank)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었으며 주로 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분야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다. 총자산이 2,090억 달러, 총예금은 1,754억 달러인 미국 16위 은행이었으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DFPI)은 10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후 FDIC는 ‘샌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이라는 이름의 법인을 세워 SVB의 기존 예금을 모두 새 은행으로 이전하고, SVB 보유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정도 규모의 은행이 왜 파산을 맞이했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SVB는 가계예금을 기반으로한 일반적인 상업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벤처기업이 주 고객인 점을 기억해야 한다. 1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미국의 경기둔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위험 투자군으로 분류되는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다시 말해 유동성이 매말랐고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던 벤처기업들은 SVB에 맡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그럼 SVB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은행은 보통 예금을 대출해주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해서 수익을 창출하는데, SVB는 총 자산의 50%정도를 미국국채와 기관채에 투자한 상태였다.

SVB는 벤처기업의 인출요구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팔 수 밖에 없었는데, 알다시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국채 가격은 최근 몇년전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즉, 돈을 마련하려면 손해를 보고 미국채를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는 거다. SVB는 이 과정에서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게 되었고, 지난 8일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서 손실만큼 자금을 더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발표한다.

이러한 소식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거래 은행의 위기 소식은 미국 스타트업이 주로 사용하는 메신져 등을 통해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채로 퍼져나갔고 그 결과 주가 폭락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하기 시작했고 초고속 뱅크런이 발생했다.

DFPI에 따르면 투자자와 예금자들이 3/9일에 420억달러 규모의 예금을 인출했고 이는 연쇄 예금인출으로 이어졌다. 3/9일 영업 종료 시점에 은행의 현금 잔액은 마이너스 9억5800만달러로 뱅크런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다.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 유동성 감소 →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 → 벤처기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SVB에 예금 인출 요청 → SVB는 예금 확보를 위해 미국채 매도 → 18억 달러 손실과 유상증자 발표 → 은행에 대한 불안감 급증 → 주가 폭락 및 예금 대거 인출 → 뱅크런 |
이 소식에 미국 은행 지수는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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