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생각

투자를 대하는 태도

by 고쟁이 2023. 12. 29.
이미지 출처: Khoon Lay Gan

 
내가 주식을 처음 접했던 것은 코로나 19로 인한 폭락장 이후 무섭게 상승하던 시점이다. 출근하면 아침마다 선배들의 수익률 자랑을 듣는 게 루틴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주식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너도 얼른 시작하라는 말에 어느새 계좌 하나를 팠다. 친한 선배는 씨젠이 100만 원까지 갈 기업이라며 귀띔해 주었고 선배는 억 이상을 투자했다. 매수 시점의 씨젠 평단은 30만 원이었다. 선배의 말에 혹해 양봉 음봉도 모른 채 씨젠을 600만 원 치 매수했던 것이 나의 첫 투자다. 씨젠은 지금은 2만 원이다.

맞다. 바로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이 처음 주식을 접하는 전형적인 루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 투자에서 실패한 게 나에겐 큰 복이었다. 초심자의 행운은 나에게 없었다.  

난 그때 나 자신에게 참 실망을 많이 했다. 돈 벌기가 그렇게 쉽다고 생각했나. 책임 없는 대가를 바랐던 거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이 30 먹고도 여전한 그 무책임한 태도가 한심했다. 난 나한테 실망하면 화가 많이 나는 이상한 성격이다.

그 이후 주식투자를 올스톱하고 경제 서적을 폭풍 주문했고(유명한 건 다 샀다) 인사이트가 있는 경제 유튜버(당부라고 아무도 모를 거다)를 구독했고 경제소식지 원스글로벌경제를 구독했다. 당부와 원스글로벌경제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선택이다.

내가 느낀 점

1. 평소 관심이 없으면 휩쓸린다.
사람은 근처 가까운 사람, 본인이 속한 공동체를 모방하는 본능이 있다. 사람들이 보통 주식,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는 폭락기와 상승기다. 이 시기엔 주위에서 떠들기 시작할 거다. '지금 투자하면 절대 안 돼'(폭락기), '저 이만큼 벌었고 이거 살 거예요+논리적 이유'(상승기). 이 분위기에 휩쓸려 고점에 들어가고 저점에 빠져나오는 이유다.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그 시기가 어떤 히스토리와 흐름을 지나왔는지 알지 못한다. 평소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그 시점이 들어가야 할 시점(안전마진 확보)인지, 서서히 돈을 빼야 할 시점(과열)인지 본능적으로(분위기로)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파도를 온전히 느껴왔기 때문에.

주위 사람의 관심정도와 과열정도는 투자자들의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회사동료의 수익자랑과 동네 미용실 어머니들의 주식계좌 개설 썰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단톡방에 이런 인간지표를 공유하고 수익 실현을 준비한다. 예를 들어 '평소 주식에 관심 없던 과장님이 오늘 테슬라로 10% 벌었다고 자랑하니 다들 조심하세요').

2. 이성적이어야 한다.
돈이 연결되면 비이성적인 사람이 이상하리만큼 많다. 난 줄곧 궁금했던 게 있다. 지금 50~60대쯤 나이대의 어른들은 IMF, 닷컴버블, 리만사태 등 역사적인 경제위기를 겪었고 세상이 망할 것 같던 위기 뒤엔 달콤한 상승이 온다는 걸 지켜봤던 세대다. 위기가 기회였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배운(?) 세대다.

위기가 기회였다는 것을 역사는 반복해서 설명해 준다.

이걸 다 겪어본 선배들은 왜 학습되지 못했을까?
이번만은 다를 거라는 주위의 소음에 또다시 휩쓸렸을까?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건 돈이지만 가장 공부를 하지 않는 것 역시 돈이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투자로 돈을 벌어보지 못한 사람이 하는 투자 조언은 들을 필요가 없다(그게 부모님이라도). 투자로 유의미한 돈을 번 사람은 당신한테 자랑할 일이 없을 테니 아무의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냥 쉽게, 역사를 믿으면 된다.

3. 멍청한 상승론자가 똑똑한 하락론자 보다 낫다.
이번엔 지금까지의 역사랑 다르면 어떻게 책임지냐고? 그럼 집값 추세와 S&P500 그래프를 열어보자.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숏을 치지 못할 거다(중간중간 크고 작은 파도가 있을지라도)
시기를 가리지 못하는 극단적 상승론자는 옳지 않지만 하락론자가 될 바엔 그게 낫다. 상승론 자는 승률이 매우 높다.

'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0) 2023.12.26